축구운동장 크기와 선수들의 수 by 바죠

축구를 하다보면 경기장이 무지하게 넓다는 것을 나는 뼈저리게 느낀다. 수비하다가 공격가담 한번 하고 막 제자리에 돌아왔는데 바로 공이 다시 나에 왔을 때 제대로 된 수비가 안 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또한 체력이 떨어져서 공을 완전히 걷어내려고 하는데 생각보다 공을 멀리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나에게 많이 있었다. 경기장 길이 100 m에 폭이 64 m 정도이니 실로 넓다고 말 안 할 수가 없다. 프로축구나 국가대표 경기를 보러 가도 마찬가지이다. 축구 경기장에 가서 경기를 보면 프로선수들의 경우도 그들이 전력 질주하고 나서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 축구 경기장은 역시 매우 넓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선수들이 주로 책임지는 할당된 포지션이 생겨난 것 같다. 선수마다 약간의 편차는 존재하지만 모든 축구 선수들은 시간, 공간에 대한 물리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공격수와 상대 수비수 사이에서도 이러한 서로의 약점을 노리는 것이 바로 축구 경기이다. 물론, 축구에서는 여러 명이 연합하여 조직적으로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해야 한다. 현재 축구 경기장의 크기와 한 팀당 선수의 수는 축구 선수들에게 어떠한 물리적 한계조건을 제시하는가? 이는 사람들이 임의로 정한 축구 경기 규칙이지만 그 나름대로 역사적 이유와 물리적 조건들이 있을 것이다.

사실 축구경기에 관련된 많은 규칙들은 시간에 따라서 변화해왔다. 축구경기에서 쎈터서클의 반경, 프리킥할 때 상대선수들이 물러나야할 거리, 페널티 킥 마크로부터의 아크 반경은 모두 9.15 m 이다. 이는 축구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한 일종의 안전거리이다. 그 물리학적인 근원은 축구공이 상대적으로 마찰력의 영향을 작게 받으면서 비행하는 거리구간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많은 실험을 영국에서 수행하였다고 한다. 페널티킥의 도입은 1891년 한 축구 경기 (FA cup; Notts County vs Stoke)에서 프리킥을 막던 수비수들이 골라인에 벽을 만들어서 프리킥을 막던 사건을 계기로 도입되었다고 한다. 일종의 “정의실현” 차원에서 도입된 규칙이다. 재미있는 것은 페널티 킥에서 주어지는 거리 11 m이다. 이는 숙련된 선수들이 페널티킥을 찰 경우 약 70%의 성공률을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페널티 킥 거리를 15 m로 선택하면 성공 확률은 약 50% 정도로 떨어진다. 1997년까지의 규칙에 의하면 골키퍼는 상대편 선수가 공을 차기 전까지는 양발을 골라인에 붙인 채 특정 자리에 서 있어야만 했다. 이후 규칙이 바뀌어 골키퍼는 골라인을 따라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다양한 축구팬들의 욕구에 부응하기 위해서 미래에는 전자 장비를 이용한 규칙들의 집행이 이루어질 지도 모른다. 축구규정의 변화는 많은 모의실험과 축구팬들 간의 활발한 토론을 필요로 하는 항목이라고 생각한다.

한 팀의 선수의 수를 N이라고 하고, 경기장의 면적을 A라고하면, 단위면적당 선수의 비율은 2N/A가 된다. 따라서 선수들 간의 평균거리는 d=√A/(3.14 × 2N)이다. 선수들 간의 평균거리는 단순히 선수 당 차지하는 면적에 선형적으로 비례하지 않는다. 이것은 축구 선수가 할당 받은 자기 공간에서 사방팔방으로 움직여야만 축구 경기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상의 경우 한 팀의 선수들은 다른 팀 선수들과 골고루 썩여있다고 가정하면 선수 한 명이 공을 잡은 경우 가장 가까이 있는 선수는 상대 팀 선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 팀 선수가 공을 차단하려고 가는 시간은 t=d/v 이다. 이 때 v는 상대 팀 선수의 속력이다. 상대 팀 선수의 속력을 대략 v=4 m/sec로 취할 경우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공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평균 여유 시간은 불과 2.4초 정도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축구 선수들이 안정적으로 공을 보유할 수 있는 시간은 겨우 2초에 지나지 않는다. 이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규칙인 A=100 m× 64 m, N=11의 조건을 사용했을 때의 결과이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축구 경기장 절반만을 사용하여 연습경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 한 팀당 6명 (7명)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나타난다. 이러한 조건의 경우, 그림 1에서와 같이 선수가 공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시간은 2.3초 (2.1초) 정도로 계산된다.

위에서 제시한 간단한 계산은 현대축구에서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현대축구는 최전방과 최후방 선수들 간의 폭이 매우 작다. 소위 압박축구를 많은 팀들이 구사한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한국팀은 압박축구의 완성된 모습에 가까운 강한 압박 축구를 구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두 팀 모두 유사한 압박 전술을 고집할 경우 압박축구는 경기당 득점율이 낮아지게 되는 주된 원인으로 해석되고 있다. 물론, 많은 감독들이 이런 전술을 무력화시키는 전술들도 개발하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이다.



그림 1 한 팀당 축구 선수의 수(N)와 공을 자유롭게 처리할 수 있는 평균 여유 시간 (t, 단위 초) 사이의 관계를 나타내었다. 축구 경기장의 면적이 A=100 m × 64 m이고 한 팀당 N=11 명의 선수들이 균일하게 운동장에 있다고 가정하면 상대 선수의 방해를 피해서 자유롭게 공을 처리할 수 있는 여유 시간(t)은 2.4초이다. 이 때, 상대선수가 접근하는 속력을 v=4 m/sec으로 두었다. 상대 팀 선수의 속력을 대략 v=4 m/sec로 취할 경우 공을 가지고 있는 선수가 공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시간은 불과 2.4초 정도의 시간에 지나지 않는다. 상대선수의 접근 속도가 v=5 m/sec의 경우 공을 가진 선수가 공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는 보다 짧은 시간 내에 볼 처리를 해야만 한다. 압박축구를 통해서 축구장 절반에서만 선수들이 몰릴 경우 자유롭게 공을 다룰 수 있는 시간은 더욱 더 줄어든다.

참고서적: The Science of Soccer, John Wesson (IoP Publishing Ltd 2002)
ISBN 0 7503 0813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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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ExtraD 2005/12/04 14:27 # 답글

    굉장히 설득력있는 분석이네요. A=100 X 64 라는 걸 처음 알았습니다. 그런데 v를 상대속도로 본다면 대략 2배 해서 8-10 m/sec 정도로 보는게 좀 더 맞지 않을까요? 아무튼 위 분석이 대략적인 답을 제시했다고 보입니다. 위 그래프에서 검은색 실선과 파란색 점선 사이가 대략적인 분포로 본다면 꽤 정확할 것 같습니다.
  • ExtraD 2005/12/04 14:27 # 답글

    (그런데 저 그래프는 어떤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그리신 건가요? 아주 깔끔하고 보기가 좋네요.)
  • ExtraD 2005/12/04 14:29 # 답글

    (그리고 디자인을 바꾸셨군요. 전 지금 디자인이 더 읽기가 편하고 좋습니다.)
  • 바죠 2005/12/04 15:00 # 답글

    리눅스 용 xmgr 또는 (xmgrace 최신 버전입니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어제 눈이왔고, 지금 다시 내리는 군요.
  • 바죠 2006/02/21 20:30 # 답글

    최전방-최후방 간격 30 미터 유지; 5 m/sec 의 접근속력: 허용시간--> 약 1.4 초
    최전방-최후방 간격 25 미터 유지: 5 m/sec 의 접근속력: 허용시간--> 약 0.96초
  • 바죠 2006/05/22 09:58 # 답글

    1850~60년대의 룰에서는 골키퍼를 포함한 수비자가 3명 이상 있을 경우에만 패스가 가능토록 했다. 1925년에는 스코틀랜드 축구협회의 제안에 따라 골키퍼를 포함 수비자가 2명 이상 있을 경우로 규칙을 완화했다. 이같은 변화 후 득점률은 무려 33%나 증가했다.

  • 2012/07/08 15:09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2/07/08 15:58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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